1. 망할 집중력
더 어리고 젊었을 때보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잡생각도 많고 일도 많고 신경써야할 것도 많아서일까? 어릴 땐 '집중해야지'라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몇 시간이고 빠져서 읽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읽어 내려가다 딴 생각에 빠지고, 다시 몰입하려고 하면 '어디 읽었더라?' 하고 행간을 뒤적거리는 게 잦다. 몇 장 보고 스마트폰 보는 도파민에 절여진 뇌가 안타깝다.
2. 예쁜 책
Never judge a book by its cover. 라는 말 누가 했냐... 표지 예쁘면 좋더라. 세련된 것, 아름다운 것, 예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해 예쁜 책이 아니면 손이 잘 안 간다. 더 많은 예쁜 책이 나왔으면 좋겠고, 출판사에서도 신경 많이 썼으면 좋겠다.
한정판, 합본특별판 같은 것 구경도 사는 것도 즐겁다.
3. 나의 재미
내가 재미있어하는 장르, 좋아하는 작가, 나라(일문학, 노문학, 영문학 등)를 찾아가는 것도 큰 재미인 것 같다.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다 재밌다고 해도 나는 책장이 너무너무 안 넘어가는 책도 있다.
4. 정보 과부하의 시대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보고 고르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의욕이 일지 않는다. 정보가 너무 많아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 어디에서 선정한 꼭 읽어야하는 100권, 번역본 추천 같은 것에 강하게 의존하곤 한다. 타인의 말을 너무 의존하는, 정보에 절여져버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5. 경쟁의 시대
누구랑 경쟁하는지는 모르겠다. 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많이 읽어야할 거 같고, 빨리 읽어야할 거 같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이 만큼 읽었습니다.' 증명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애석한 일이다.
6. 탈탈 털린 지갑
독서에 도움을 주는 가구/가전/소품을 구경하거나 사고 모으는 즐거움도 있다. 책상, 의자, 책장, 스탠드···북커버, 책갈피, 북다트, 북엔드··· 독서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독서가 돈이 거의 안 드는 취미 같았는데 이런 물건 사다보면 돈 잘 털린다.
7. 도움이 되는 불편함
대중교통 기다리면서. 대중교통에서. 혼밥할 때 음식 기다리면서. 약속 장소에서 사람 기다리면서. 시끄러운 스벅의 딱딱한 의자에서. 이럴 때 집중력이 극대화되고 갑자기 술술 읽힐 때가 많다. 신기하다.
8. 나한테는 안 맞는 이북
이북 편한 사람들 부럽다. 취향을 굉장히 많이 타는 제품 같다. 쓰고 싶지만 익숙하지 않고 단점을 극복할 수가 없어 당근했다. 이북리더기가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종이책이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9. 쌓여가는 책
사놓고 안 읽는 책이 많다. 싫어서 안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다. 내가 책을 읽어서 소화하는 속도가 책을 사서 채우고 싶어하는 욕구를 따라가지를 못한다. 읽고 싶은 건 많은데 나랑 잘 안 맞거나 재미 없고 어려우면 읽는데 엄청 오래 걸린다. (다음 책 보고싶다.)
10. 독특한 취미
직장 동료, 친구, 가족 등 주변인이 책을 사고 책을 읽는 걸 보면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책 읽는 것도. 단지 취미 중 하나 아닌가?
11. 부자의 취미
책이야 얼마나 하겠냐마는 책이 늘고 책장이 늘다보면 결국 이건 부자의 취미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도서관 찾기도 쉽지 않다. 책을 보관하려면 집에 여유 공간이 있어야 하고, 많으면 이사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책 보관 쉽지 않다. 그리고 온습도가 잘 유지되는 환경이어야만 하는데 이게 어려운 환경도 많을 것 같다.
12. 부족한 시간
넷플릭스, 유튜브 볼 땐 '시간이 없다'는 생각 해본 적 없고 그냥 재밌으면 계속 다음 회 재생하고, 피곤하면 껐다. 근데 독서에 재미를 붙인 뒤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아버지'가 가진 능력을 왜 독서에 썼는지 알 것 같다. 장편소설 1,2천p 짜린 진짜 맘 잡고 읽어야 하더라. 오랜 기간 읽으면 앞 내용이 가물가물하다.